은행권, 암호화폐 거래사이트 자금세탁방지 규제 '시동'
은행권, 암호화폐 거래사이트 자금세탁방지 규제 '시동'
  • 편집부
  • 승인 2019.07.08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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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계 코인 거래사이트 후오비코리아가 지난해 8월 개최한 블록체인 행사 후오비카니발의 모습.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이수호 기자 =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규제를 받게 된 국내 시중은행들이 벌집계좌(법인계좌로 투자금을 받는 방식)를 사용하는 중국계 거래사이트에 자금세탁방지(AML)를 위한 고강도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국내 암호화폐 거래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앞서 FATF는 지난달 암호화폐 규제가이드라인을 공식화하고 내년 6월까지 회원국들이 암호화폐 거래업을 인허가제로 전환하고 암호화폐 송수신자의 신원을 모두 확인해야한다고 밝힌 바 있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국계 암호화폐 거래사이트 후오비코리아는 이날 오후부터 최초 원화입금시 출금 제한 시간을 기존 72시간에서 120시간으로 2배 가까이 늘린다고 밝혔다.

후오비코리아의 법인계좌에 투자금을 입금하면 120시간 동안 투자금을 회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시간 동안 거래사이트와 은행이 자금의 출처와 불법성을 가리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아울러 일부 투자자는 은행 거래내역서 등을 요구받을 수 있고 제출하지 않거나 불법 자금으로 의심될 경우 100일 이상 투자금이 동결될 수도 있다.

후오비코리아는 "자체적인 AML 기준안 강화"라고 주장하지만 후오비코리아에 거액의 투자금을 입금하기 위해선 은행 거래내역서 외에도 가족관계증명서, 주민등록등본 등 구체적인 개인정보 서류를 요구받을 수 있어 관련 업계에선 사실상 은행이 제시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으로 보고 있다. 현재 관련 법령이 없어 거래사이트의 자금세탁의 경우 계좌를 발급하는 은행이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이다.


후오비코리아 외에도 또다른 중국계 거래사이트 B사 역시 최근 벌집계좌를 제공받는 C 은행으로부터 최초 투자금 입금시 72시간 동안 출금할 수 없고 투자자에게서 주민등록초본 등을 받아야하는 기준안을 요구받았다. 중국계 거래사이트 이용자는 본인인증을 넘어 은행 거래내역까지 제출해야해 코인 투자가 더욱 까다로워진 것이다.

업계에선 중국계 거래사이트를 대상으로 까다로와진 AML 규정이 추후 타 거래사이트에도 비슷하게 적용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지난달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코인 거래사이트는 코인 송수신자의 신상을 꿰고 있어야한다"고 방침을 정했기 때문이다.

후오비코리아와 같은 은행에서 벌집계좌를 받고 있는 거래사이트 A사 관계자는 "아직 은행으로부터 연락을 받지 못했지만 새로운 AML 규제 기준안이 내년 6월까지 모든 거래사이트에 적용되는 만큼 중국계 거래사이트에 선제적으로 적용된 같다"면서 "앞으로 중국계·한국계 상관없이 벌집계좌 거래사이트는 이같은 기준을 따라야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선 실명인증계좌를 사용하는 빗썸과 코인원 등 대형거래사이트 또한 이와 유사한 규제를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본인인증(KYC) 과정이 상대적으로 덜해도 코인 거래를 위해선 은행거래내역 등을 제출해 자금세탁에 관여하는 것은 아닌지 입증해야한다는 것이다.

국내 한 대형 거래사이트 관계자는 "8월 중 은행과 실명인증계좌 발급에 관한 재계약을 앞두고 있는데, FATF의 AML 기준안 때문에 더 강화된 본인인증과 자금세탁방지 의무사항을 부여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이같은 기준안을 충족시킬 수 없는 중소 거래사이트는 사실상 시장에서 불법업체로 낙인찍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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