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금리 인하 기대와 환율 불안의 줄다리기… 코스피, 상승폭 반납하며 강보합 마감

미 금리 인하 기대와 환율 불안의 줄다리기… 코스피, 상승폭 반납하며 강보합 마감

초반 급등세 제동 건 환율 변동성

월요일 코스피 시장은 미국발 훈풍과 원화 약세라는 악재가 충돌하며 변동성 장세를 연출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30% 상승한 3,857.78로 장을 마감했다. 장 초반의 기세는 훨씬 매서웠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에 힘입어 지수는 전장 대비 1.61%(61.90포인트) 급등한 3,915.16으로 화려하게 개장했으나, 시간이 갈수록 환율 변동성에 대한 경계감이 확산되며 상승폭을 대거 반납했다. 오전 9시 2분경에는 1.05% 오른 3,893.60을 기록하며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유입되기도 했으나, 오후 들어 외국인 자본 이탈 우려가 고개를 들며 지수 상단을 제한했다.

미국발 훈풍, 기술주 랠리 견인

시장에 온기를 불어넣은 것은 지난주 뉴욕 증시의 호조였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1.08%), S&P500지수(0.98%), 나스닥종합지수(0.88%)가 일제히 상승 마감하며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 특히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가까운 시일 내에 정책 금리를 추가 조정할 수 있을 것”이라며 12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점이 주효했다. 이러한 기대감은 국내 반도체 대장주들의 강세로 이어졌다. 삼성전자가 3% 가까이 급등하며 지수 상승을 주도했고, SK하이닉스 역시 견조한 흐름을 보이며 미국 기술주 랠리에 동참했다. 현대차, 기아, KB금융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도 대체로 오름세를 보이며 장 초반 분위기를 주도했다.

수급 공방과 업종별 차별화

수급 측면에서는 장중 치열한 눈치싸움이 벌어졌다. 개장 직후 유가증권시장에서는 개인이 427억 원을 순매수하며 지수를 떠받친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337억 원, 110억 원을 순매도하며 차익 실현에 나서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마감 기준으로 외국인은 1,160억 원(약 7,900만 달러) 규모의 주식을 사들이며 순매수 전환에 성공했다. 다만 이러한 외국인의 ‘사자’세에도 불구하고 전체 상장 종목의 절반 이상이 하락 마감해 체감 경기는 다소 싸늘했다. 코스닥 시장 역시 장 초반 1% 넘게 상승 출발했으나, 알테오젠, 에코프로비엠 등 시총 상위 제약·바이오 및 2차전지 관련주들이 약세를 보이며 지수 상승 탄력이 둔화됐다.

환율 리스크와 향후 전망

미래에셋증권 등 시장 전문가들은 원화 약세가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장중 원화 가치가 달러 대비 0.28%가량 반등하며 안정을 찾는 듯했으나, 여전히 높은 환율 변동성은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한국은행은 과열된 부동산 시장과 불안정한 환율 문제를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라 금리 동결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채 선물 가격 상승과 국채 금리 하락은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여전함을 방증한다. 글로벌 기술주의 모멘텀과 국내 거시경제의 역풍 사이에서 국내 증시는 당분간 뚜렷한 방향성을 탐색하는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황지현 (Hwang Ji-hy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