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 동반 최대치 속 깊어지는 무역적자의 그늘
올해 김치 교역 시장은 수출과 수입 규모가 나란히 역대 최고치를 향해 달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세계적인 K-푸드 열풍에 힘입어 수출이 호조를 보였으나, 고물가 여파로 저렴한 수입산 김치의 공세 또한 거세지며 무역수지 적자 폭이 오히려 확대되었기 때문이다. 관세청 통계에 따르면 올해 김치 무역수지는 2천207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이상 악화된 수치다. 누적 수출액이 전년 대비 소폭 상승하며 역대급 실적을 예고하고 있음에도, 수입 증가세가 이를 상쇄하고 남을 만큼 가팔랐던 탓이다.
글로벌 시장의 지형 변화와 K-푸드의 명암
김치 수출 전선은 국가별로 희비가 엇갈렸다. 한국 김치의 최대 소비처인 일본 시장은 올해 10월까지 수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4.4% 증가하며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했다. 그러나 2019년 이후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여온 미국 시장은 5.8% 감소하며 숨 고르기에 들어갔고, 유럽의 관문인 네덜란드 수출 역시 소폭 줄어들었다. 반면 캐나다 시장은 17% 넘게 급성장하며 북미 시장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전체적으로는 코로나19 이후 높아진 건강식에 대한 관심과 한류 콘텐츠의 인기가 맞물려 2022년부터 꾸준한 수출 증가세가 이어지는 추세다.
‘금배추’ 파동이 불러온 수입산의 역습
무역 적자가 심화된 주된 원인으로는 국내 농산물 가격의 불안정이 꼽힌다. 기상이변으로 배추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이른바 ‘금배추’ 현상이 지속되자, 가격 경쟁력을 잃은 외식업계가 국산 대신 중국산 김치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구조가 형성됐다. 실제로 수입 김치는 거의 전량이 중국산으로, 국산 가격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저렴한 가격 탓에 식당과 가공식품 업계에서의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배추 파동 때 한 번 중국산으로 돌아선 업체들이 다시 국산으로 복귀하기 어려운 현실을 지적하며, 이것이 국내 김치 산업 기반을 위협하는 뇌관이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수출 산업 육성 의지와 나눔으로 이어지는 김치 문화
정부는 이러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김치 산업을 미래 수출형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최근 열린 ‘김치의 날’ 기념식에서 김치가 세계 시장에서 확고한 브랜드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수출 확대를 통해 무역수지를 개선하고, 종주국으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하겠다는 의지다.
한편, 냉정한 경제 지표와 무관하게 김치를 매개로 한 따뜻한 나눔의 문화는 연말을 맞아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LPGA 무대에서 활약 중인 프로골퍼 박성현은 지난 13일, 자신의 팬카페 ‘남달라’ 회원 100여 명과 함께 경남 함양에서 대규모 김장 봉사 활동을 진행했다.
단순한 기부를 넘어 박성현과 팬들이 직접 재료 손질부터 포장까지 함께하며 구슬땀을 흘린 이번 행사는 김장 문화가 가진 공동체적 가치를 잘 보여준다. 이날 정성스레 담근 김치는 지역 내 독거노인 100가구에 전달되어 온기를 나눌 예정이다. 박성현은 팬들과 함께한 시간이기에 더욱 뜻깊었다며, 작은 정성이 모여 누군가에게 큰 위로가 되길 바란다는 소감을 전했다. 경제적 수치로 환산되는 김치의 가치 못지않게, 이웃과 정을 나누는 김치의 본질적인 의미가 여전히 우리 사회를 지탱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